어버이날

어머니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.


나 : 어머니? 뭐해? (제주도 사투리를 표준어로 각색한겁니다)
엄마 : 어? 밥먹는다. 오늘은 식당 쉬고, 동네 아줌마들끼리 버스 하나 구해서 제주도 관광하다가 지금 식당에 와서 밥 먹어.
나 : 그래? 안 바쁘지? 노래 불러줄까?
엄마 : 어? 무슨 노래?
나 : 들어봐.


난 어버이날 노래를 그냥 불렀다. 그저 편한 맘으로 내 어머니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내 목소리로,


나 : 어? 울어?
엄마 : 어? 어어, 아들도 우냐?
나 : 아니, 뭐 내가 왜 울어, 어버이 날이라고 노래 좀 불러봤어.
엄마 : 어어, 그래 고맙다. 우리 아들 사랑해-
나 : 어, 나도. 잘 놀아.


다 부르고 나서 내가 무안해질정도로 어머니는 전화기 건너편 너머로 울음소리를 내셨다.
괜히 불렀나...아줌마들끼리 단체로 밥먹는다는데 갑자기 울게시리 부끄러우시려나...

난 육군 하사다. 부모님이 계시는 나의 고향은 제주도고, 나는 현재 경기도 연천 전방 사단에서 근무를 한다.
일하기 바쁜대다가 휴가 가기 힘들어서 어버이날, 그리고 어버이날 이틀전의 어머니 생일에 집에는 갈 엄두조차 못낸다.
돈이 많아서 선물 보내준다거나 할 경제력도 없다.
허나 내가 해줄수 있는 것중 가장 잘 할 수 있는건 전화고, 오늘 나는 그 전화로 할 수 있는 일중 가장 행복한 일을 해낸 것 같은 기분이다.
비싼 선물? 해외 여행? 뭐, 이런거로도 부모님들은 참 기뻐하실꺼다.
근데 난 오늘 어머니에게 노래를 해드린 대가로 눈물을 받았다.
24살인 내가 여태 어머니에게 뭘 해주고 받은 것 중에서, 이게 가장 비싼 것이라 생각된다.

by 酒池肉花 | 2008/05/08 20:05 | 정육점 생활 | 트랙백 | 덧글(6)
개편 한창나중에 예정(?)
간부숙소로 집을 변경. 인터넷이나 깔짝깔짝 하고 있답니다.(그냥 생존신고)
by 酒池肉花 | 2008/01/25 19:01 | 트랙백 | 덧글(3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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